[뮤지컬 캣츠] 젤리클석 후기부터 '메모리'의 비하인드(젤리크석,메모리,캐릭터,FAQ)
200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뮤지컬 《캣츠》는 이 장르의 진정한 매력을 알려준 작품입니다. 막이 오르고 불과 몇 분 만에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졌고,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바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목차
처음 앉아본 젤리클석, 현장에서 직접 겪은 생생한 후기
일반적으로 뮤지컬 공연은 무대와 객석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관객이 자리에 앉아 무대 위를 바라보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하지만 《캣츠》는 처음부터 그 공식을 깰 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해 보면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였습니다.
젤리클(Jellicle)이란 캣츠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부족 이름으로, 극 중 '선택받은 고양이들'를 뜻합니다. 그리고 '젤리클석'은 그 고양이들이 객석 사이로 직접 내려와 활동하는 무대 확장 구역을 말합니다. 저는 그 개념을 모른 채 앉아 있다가 갑자기 제 옆을 지나치는 배우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사람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처럼 느껴졌습니다.
관객석 뒤쪽에서 불쑥 나타나 관객에게 장난을 치고, 요염하게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은 영상이나 사진으로 담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이머시브 씨어터(Immersive Theatre)의 강력한 매력입니다. 이 형식은 관객이 무대 공간의 일부가 되는 방식으로, 《캣츠》는 1981년 초연부터 이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분장 수준도 놀라웠습니다. 표정 하나하나, 눈빛과 수염의 각도까지 진짜 고양이처럼 설계된 프로스테틱 메이크업(Prosthetic Makeup), 즉 특수 분장 기술이 적용돼 있었습니다. 배우들이 움직이는 방식, 손끝의 각도, 등을 구부리는 자세까지 철저히 고양이의 골격을 연구한 흔적이 보습니다. 객석 바로 앞에서 보면 이것이 단순한 코스튬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 젤리클석: 배우들이 객석 통로와 좌석 사이를 직접 누비며 관객과 근거리 교감을 나누는 구역
- 회전 무대(Revolving Stage): 초연 당시 런던 뉴런던극장에서 180도 회전하는 무대 장치로 개막 연출을 극대화
- 프로스테틱 메이크업: 실리콘 등 특수 재료로 피부 위에 입체적 형태를 만드는 특수 분장 기법
- 이머시브 씨어터: 공연 공간과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된 공연 형식
《메모리》를 듣기 전과 후의 경험
《캣츠》 하면 〈메모리(Memory)〉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곡을 단순히 예쁜 발라드로만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극의 맥락 안에서 들을 때와 음원으로 들을 때는 감동의 깊이가 완전히 다릅니다.
〈메모리〉는 과거의 화려함과 영광을 잃고 무리에서 소외된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극중 핵심 넘버입니다.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하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 쓸쓸히 마지막 밤을 맞이하는 이 캐릭터의 처절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특히 가사 중 "날 어루만져줘요, 홀로 아름다웠던 추억을 간직한 채"라는 대목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죽음을 앞둔 존재의 진솔한 고백이자 누구나 삶의 한순간 마주하게 되는 보편적인 회한과 그리움을 깊이 있게 대변해 줍니다.
이 곡은 T. S. 엘리엇의 미완성 초고를 바탕으로 연출가 트레버 넌(Trevor Nunn)이 가사를 완성했습니다. 원작자가 다 담아내지 못한 감정선을 후대 창작자가 이어받아 완성했다는 배경 자체가 이 노래에 깊은 무게감을 더합니다.
원래 초연 당시 그리자벨라 역은 명배우 주디 덴치(Judi Dench)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부상으로 하차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 일레인 페이지(Elaine Paige)가 전격 발탁되면서 이 곡은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거듭났습니다. 이처럼 뜻밖의 우연이 뮤지컬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뮤지컬 음악 분야에서 메모리는 레퍼토리(Repertoire), 즉 연주자나 가수가 공연 가능한 대표 레파토리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스탠다드 넘버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공연 기관들이 뮤지컬 클래식을 분류할 때 메모리를 빠짐없이 포함시킬 정도입니다. 그 무게감을 세종문화회관 객석에서 직접 느꼈던 건, 지금도 잊기 어려운 기억입니다.
문학적 레퍼런스로 완성된 개성 만점 캐릭터들
《캣츠》에는 비단 그리자벨라뿐만 아니라,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개성 강한 고양이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군무 중심의 앙상블 뮤지컬은 구조적인 특성상 개별 캐릭터의 서사와 매력이 희석되기 쉽다는 선입견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캣츠》는 이러한 공연계의 오랜 통념과 공식을 정면으로 깨부수며 전혀 다른 차원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관람해 보면, 등장하는 고양이마다 저마다의 뚜렷한 성격과 고유한 움직임, 섬세한 제스처가 완전히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너무나 완벽하고 입체적인 연출 덕분에, 분장 속 얼굴이 사람인지 진짜 고양이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대 위 몰입감이 압도적이었다.
마법 고양이 미스토펠리스는 체구는 작지만 무대에서 폭발적인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이 이름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서 유래했습니다. 깡패 고양이 매캐비티는 셜록 홈즈의 모리아티와 마키아벨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경찰도 손을 대지 못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처럼 캐릭터마다 문학적 배경과 역사적 참조점이 담겨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장로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Old Deuteronomy)가 부르는 노래와 철도 고양이 스킴블샹크스(Skimbleshanks)의 역동적인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캐릭터들이 각자의 삶을 노래와 몸짓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관객이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게 T. S. 엘리엇의 원작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가 단순한 동시집이 아닌 이유이기도 합니다.
《캣츠》는 1981년 런던 초연 이후 웨스트엔드에서 8,950회, 브로드웨이에서 7,485회 공연되었습니다. 2006년 《오페라의 유령》에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브로드웨이 최장 롱런 기록을 지켰던 작품입니다. 이 놀라운 기록은 무대 위 고양이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깊이 움직였음을 증명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캣츠 뮤지컬에서 젤리클석은 어떤 자리인가요?
A. 젤리클석은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돌아다니며 관객과 근거리에서 교감하는 구역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캣츠는 초연 당시부터 이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제 경험상 좌석 위치에 따라 배우를 체감하는 거리와 경험이 크게 달라지므로, 가능하다면 객석 통로 가까운 자리를 추천합니다.
Q. 뮤지컬 캣츠에서 메모리는 누가 부르나요?
A. 메모리는 극 중 소외된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곡입니다. 초연 당시에는 주디 덴치가 이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부상으로 하차했고, 대신 일레인 페이지가 발탁되어 세계적인 히트곡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사는 T. S. 엘리엇의 미완성 초고를 바탕으로 연출가 트레버 넌이 완성했습니다.
Q. 캣츠 뮤지컬을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을까요?
A. 캣츠는 대사 없이 노래와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언어 이해도가 낮은 어린 관객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편입니다. 다만 공연 중 배우들이 객석 사이로 직접 내려오는 장면이 있어, 어린아이는 놀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이라면 오히려 그 경험 자체가 강렬한 추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캣츠 한국 공연은 언제 다시 열리나요?
A. 2023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내한 공연 일정은 공식적인 내한 공연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캣츠는 세계적으로 꾸준히 투어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라, 국내 공연 소식이 들리면 예매 경쟁이 치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캣츠 원작 시집은 어떤 책인가요?
A. T. S. 엘리엇이 1939년 출판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는 원래 어린이를 위한 유머러스한 시집입니다. 그런데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이 시집에 곡을 붙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뮤지컬 걸작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원작 시집 자체는 가볍게 읽히지만, 뮤지컬로 보고 나서 다시 읽으면 각 캐릭터의 깊이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사전 정보 없이 우연히 보게 된 공연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건 지금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을 한 번도 안 봤더라도, 캣츠라는 이름이 보이면 꼭 한 번 예매해서 관람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죽음 앞에 선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명곡 '메모리'가 무대 위로 울려 퍼지는 순간, 무대 위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결국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처럼 깊이 와닿게 될 것입니다. 그게 이 작품이 40년 넘게 살아남은 이유입니다.
